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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을 거스른다든지, 놀이를 멀리한다든지, 성장과정 중에 부모로부터 공감받지 못했거나 감정 조절 방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가짜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무엇보다 아이들의 진정한 성숙을 방해하는 강력한 주범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디지털 기기다. 디지털 기기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특히 아이들에게 독이 되는 것은 TV(비디오 포함)와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것들이다.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이 성숙하게 성장하는 데 얼마나 큰 생채기를 내는지는 아이들이 가짜 성숙해지는 이유와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금세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디지털 기기는 아이의 욕구를 비디오의 재생버튼, 마우스의 클릭, 스마트폰의 터치 동작 한 번으로 충족시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화려한 움직임, 선명한 색채, 생생한 소리들이 쏟아져 나오기까지는 채 몇 초가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간단한 동작만으로 원하는 것을 즉각 얻을 수 있는 아이들은 당연히 디지털 기기에 푹 빠져버릴 수밖에 없다. 심심할 때,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마다 무엇보다 신속하게 나를 즐겁게 하고 위로해주는 TV, 컴퓨터, 스마트폰이 있는데 얼마나 신나고 든든할까. 더구나 욕구 조절 능력과 절제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이 작은 기계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흥밋거리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디지털 기기는 그만큼 결정적인 허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모든 활동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는 점이다.

검색창에 ‘개구리’라는 단어 하나만 넣으면 개구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내는 음성 자료들이 눈앞에 무수히 펼쳐진다. 직접 밖으로 나가 개구리의 살갗이 얼마나 매끈한지, 어떤 날씨에 울음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지 생생한 체험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제공하는 자료를 보고 무조건 수용하고, 그것이 마치 나의 지식인 양 받아들이는 간접적인 체험이 바로 아이들의 경험을 얕게 만들고, 시행착오에서 오는 진정한 깨달음을 차단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은 헛똑똑이가 되고,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고 경험할 기회 역시 적어져 정서발달과 사회성 발달에 지장이 생기는 것이다.

즉 개구리에 대한 호기심에 개울이나 논으로 나가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는 오감의 발달단계가 생략되고, 개구리 잡기 시합을 하고 진흙놀이도 해보는 놀이경험도 잃게 되며, 또래나 가족과 함께 올챙이가 어떻게 개구리의 모습으로 자라는지 관찰하면서 생명의 놀라움을 공유하는 감정교류의 기회까지도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두어 번의 클릭만으로 쉽게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대가로 아이가 나이에 맞게 겪어야 할 생생한 경험을 몇 초만에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것이 디지털 기기다. 가장 기초적인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올려야 하는, 어린 나이의 아이일수록 그 피해가 더 큰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듯 디지털 기기는 여러모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숙해지는 과정을 방해한다. 결국 디지털 기기를 맹신하고, 디지털 기기에 심취해 있는 이 사회가 가짜 성숙한 아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가짜 성숙이 만연되어 있는 이 심각한 사회현상의 주범을 단연 디지털 기기로 꼽고 있다.

 

출처 : 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_신의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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